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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 | on the job | tagsblatt | kino | foto | ┖100fach | buch | baseball | reise
F+A | delicacy | reise | ┖palace | ┖fair | musik | ┖clarinet | TV series | usw ![]() +파란빛이 온통 감도는 바탕에 빨간 스쿠터를 탄 아이가 있다. 소년이든 소녀든 상관없는, 그런 아이가. [바이바이베스파]라는 이름을 처음 본 건 카스테라님 블로그에서였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이 나는 그 글을 봤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리고 어느날 리모컨의 채널조정버튼을 누르다가 정형돈이 입고 있는 하얀 티셔츠에서 [바이바이베스파]를 보았다. 프로그램 내용은 관심없었지만 그 하얀 티셔츠가 참 이뻐서 어디서 살 수 있는지 검색해보고서야 난 [바이바이베스파]가 책 제목이라는 걸 다시금 알게 되었다(아직도 그 티셔츠는 구해서 입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든다). 웹에서 인기를 많이 끌었다는데 사실 난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서야 알 수 있었다. [바이바이베스파]는 다섯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각 이야기의 시작페이지에는 작가가 그 이야기에 어울릴 것 같은 스쿠터의 이름을 써두었고 각각의 스쿠터에 대한 설명은 책 끝부분에 모아서 실려 있었다. 그리고 만화책 하면 떠오르는 그림과 글씨의 조합이 아니라 여백에 그림과 글씨가 크게크게 놓여 있는 게 참 독특했다. 처음엔 좀 허전하더니 페이지를 넘길 수록 여유가 느껴지는 걸 보면 이렇게 그림과 글을 배열한 작가의 의도가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각 이야기마다 다른 색깔로 페이지를 만든 것도 괜찮은 시도가 아닐까 싶었고. 다섯 개의 이야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인 '톰과 제리의 사랑' 과 마지막 이야기인 '바이바이 베스파'다. 제리가 톰의 사진을 발견하고 추억을 떠올리는 풋풋한 이야기인 '톰과 제리의 사랑'은 서로가 느끼는 게 사랑인지 아닌지조차 명확하게 골라내기 어려운 둘의 마음을 잘 그려내서 좋았다. '처음으로 어른의 잠'을 자기로 하고서도 제리는 끝까지 '네가 좋아서가 아니고 순전히 경험차원에서 해보는 것'이라고 쐐기를 박는다. '처음'이 무산될까 안달하는 톰과 두려움을 감추는 제리, 하지만 뭐든 그렇듯 '처음'이 황홀하긴 쉽지 않은 법. 달콤하기는 커녕 서로 이가 다닥다닥 부딪히느라 좋은지 안좋은지도 몰랐던 첫키스의 기억이 그러하듯이 톰과 제리의 '첫잠'도 허무하게 끝난다. 그 '첫잠'에 능숙함과 테크닉은 없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때보다 진지하고 조심스러웠으리라 짐작해본다. 파르르 떨리는 손, 내 귀에까지 들릴 것 같은 심장소리, '아퍼' 라는 말 한 마디에 어쩔줄 몰라 새빨개진 얼굴. 그런 것들은 '첫잠'이기에 가능한 것들이겠지. 어느날 방을 치우다 그때를 떠올리며 마음이 뻐근해지도록 그 시간, 그 느낌을 그리워하는 제리. 그때서야 제리는 톰을 사랑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참 아련한 느낌이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마지막 이야기는 책 전체의 제목과 같은 '바이바이베스파'. 미키마우스처럼 생긴 아이가 소년을 오랜만에 만난다. 그 소년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중.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그간 자기가 꿈꾸고 누렸던 것들을 놓으려는 소년에게 미키마우스 얼굴을 한 아이는 묻는다. "혹시 어른이 되려는 거니?" 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향해 달려갈 열정보다는 서걱하고 무던하며 건조한 현실이 느껴지는 단어 어른. 어른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어 나타나겠다고, 그전에 자신의 베스파를 타고 최고속력을 내보고 싶다고 뒤돌아서는 소년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했다. 그런 시기를 너무많이 지나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 스스로 내 꿈을 내려놓았던 게 아니기 때문일까. 다른 꿈을 꾸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일까. 하지만 이 소년은 아직 모를 것이다. 어른의 삶, 무미건조하고 평범해 보이는 어른의 삶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를,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삶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디뎌야 가능한 것인지를. 이야기속 소년이 그걸 알게 될 때쯤이면 베스파를 팔 때의 자신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서툴고 치기어리며 열정이 끓어오르기에 아름다움을 가득 머금고 추억할 수 있는 시기인 청춘. 그 시기를 떠올리며 희미한 미소 틈으로 그리움 담긴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기에 딱 좋은 책 [바이바이베스파].
이글루 파인더
최근 등록된 덧글
인사는 놀라울 만큼 사람을 기분좋..
by RieN at 10/12 보탬이 된다는 느낌- 정말 멋지지.. by ananas at 10/12 열심히 잘 하고 있군요. 역시 멋진.. by 글곰 at 10/12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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